첫 월급이 들어왔을 때 누구는 친구들에게 밥을 샀고, 누구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멍해졌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갖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통장에 들어오는 돈과 쓰고 싶은 돈이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쓴만큼」의 「근로소비자」 2화에서는 매거진B 박은성 편집장, 민음사 해외문학팀 유상훈 편집자, 코요태 멤버이자 포토그래퍼인 빽가(백성현)가 ‘내가 벌어 내가 쓰는’ 생활을 이야기한다. 첫 아르바이트에서 얻은 돈부터 오래 일한 뒤에야 허락한 작은 사치까지. 소득이 생기면서 달라진 소비와 여전히 배우는 중인 돈 쓰는 법을 함께 돌아본다.
영상 속 대화에 박은성·유상훈·빽가의 사전 서면 답변을 더했습니다. 영상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확장 인터뷰입니다.
처음으로 돈을 벌던 때는 어땠나요
고등학교 때 롯데리아에서 아르바이트했어요. 학교가 끝나면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다섯 시간 일했는데, 그때는 그렇게 일해도 만 원이 안 됐어요. 그래도 중간중간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죠.
그때는 거기서 오래 일하고 싶었어요. 점장이 되고 나중에는 사장이 되는 것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저는 학생이면서 댄서였잖아요.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밤 10시까지 연습실에 가야 했고, 연습은 새벽 3시에 끝났어요. 연습실에서 자고 아침에 다시 학교에 가는 생활이었죠. 결국 병행할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어요.
저는 동네 카페에서 시작했어요. 그때는 파르페나 체리콕, 김치볶음밥까지 파는 작은 카페가 동네마다 있었거든요.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게 로망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원했던 건 서빙이나 음료 제조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일이었죠.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출근할 때 CD를 챙겨 갔어요. 일보다 음악에 집중하니까 사장님이나 매니저에게 매일 혼났고요. 지금 생각하면 사실상 DJ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급을 더 받고 싶어서 압구정역의 카페까지 진출했는데, 거기는 제가 생각한 동네 카페와 달랐어요. 일도 훨씬 전문적이고 바빴고, 정해진 BGM이 있어서 제가 음악을 틀 수도 없었죠. 케이크를 꺼내고 음료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재미가 없어서 그만뒀어요.
저는 아르바이트를 안 해봤어요. 순수하게 제 노동으로 번 첫 소득은 임관한 뒤 장교 생활을 하면서 받은 월급이었어요. 철학과 어학을 공부했는데, 학사 장교로 임관해서 공병 장교로 일하게 됐죠.
월급 통장에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어요.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즐거움과 위안도 있었죠. 동시에 이 생활이 앞으로 계속된다는 사실을 실감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일해서 돈을 번다는 건 어떤 기분이었나요
당시 장교 월급은 100만 원 초반대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따로 나와 생활하니까 생활비도 은근히 많이 들더라고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술 마시고 놀다 보니 돈이 다 사라졌어요.
그러다 문득 앞으로 평생 이렇게 일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돈을 받는 기쁨만큼이나 비애감이 먼저 떠올랐죠. 그때부터 카드값을 갚는 생활이 시작된 것 같아요. 지금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고요.
저는 돈이 생기면 친구들에게 한턱을 쐈어요. 10대, 20대 때는 당시 기준으로 큰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친한 친구들을 모아서 맛있는 밥을 샀거든요. 베니건스나 TGI, 아웃백 같은 곳에서요. 제가 번 돈으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면서 성취감을 느꼈어요.
한편으로는 대학생 때까지 학업을 응원한다며 어른들이 주시던 용돈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이제 그런 시기는 끝났구나 싶었죠. 제가 벌어서 쓰는 돈이 생겼다는 기쁨과, 앞으로는 제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감각이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돈 버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적도 있나요
카페 일은 눈치도 봐야 하고 제가 음료도 잘 못 만드니까, 조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은 적이 있어요. 친구와 지하철 첫차를 타고 광고판에 전단지를 끼우는 일이었죠. 사람도 별로 없을 시간에 전단지를 꽂고 내리면 된다니 괜찮아 보였어요.
그런데 첫날부터 역무실에 가게 됐어요. 그때서야 불법 광고라는 걸 알았죠. 일을 맡긴 쪽에서는 합법적인 일이라고 했고, 저희는 대학생이라 잘 모르고 시작한 거였어요. 사정을 설명하고 돌아와서 잘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며칠 뒤 집으로 경범죄 통지서가 왔어요. 부모님이 그걸 보시고 밖에서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느냐고 놀라셨죠.
그 일을 겪고 나니 쉬워 보이는 돈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이 들더라도 시간을 들여 정직하게 일해서 벌어야겠다고, 그때는 꽤 세게 배웠죠.
월급이 생겼으니 저축도 시작했나요
패션 잡지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는데, 워낙 박봉이라 그 돈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하루 벌어서 하루 쓰는 정도의 수입이었거든요.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조금 쓰면 남는 게 없었죠.
패션 잡지에서 일하다 보니 쇼핑이나 좋은 옷을 입어보는 것도 저를 위한 투자라는 말을 들었어요. 낭비로만 생각하지 말라는 선배들의 말이 소비를 합리화하기에 너무 좋았던 거죠. 초년생 때는 야근과 외근도 잦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받는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걸 유흥과 쇼핑으로 풀며 살았어요.
저는 월급이 입금되면 한 달 안에 다 써야 하는 포인트 같은 건 줄 알았어요. 돈을 쓸 줄도 모르던 사람이 돈이 생기니까 과소비부터 배우게 된 거죠.
돈을 쓰는 데에도 훈련이 필요한데, 스스로를 제대로 다잡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베짱이더라고요. 큰돈을 쓰는 일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삶을 유지하는 데 드는 작은 지출도 쌓이면 큰 금액이 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남들은 많이 쓰는데 나는 쓰지 않는 돈도 있나요
자동차요. 저는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고, 내 차를 갖는 것에 대한 환상이나 꿈도 없었어요. 기계를 조작하는 데 대한 공포도 있고, 제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운전할 수 있을지 의심도 커요. 그런데 무엇보다 차 자체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더라고요.
택시나 지하철, 버스로 이동하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신 제 주변 사람들이 불편했을 수는 있겠죠. 자동차 구입비와 유지비가 들지 않았다는 건 친구들과 확연히 다른 소비 패턴이었어요.
친구들이 만화책을 보고 당구를 치거나 게임을 할 때 저는 그런 데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도 제가 좋아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모르는 편이에요. 옷과 카메라처럼 좋아하는 것에 오래, 깊게 몰입하죠.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거의 다 골프를 치는데 저는 캠핑을 해요. 사람들이 많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이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쪽으로는 돈을 거의 안 썼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투자 얘기를 하면 저는 끼지 못할 때가 있어요. 주식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왜 오르고 내리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모두가 본 연속극을 혼자 안 보고 와서 말하지 못하는 기분이랄까요.
친구들은 투자한 돈이 있으니까 세계 증시나 시사 채널도 많이 보는데,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자리에서 소외감을 느낀 적은 있어요.
소득이 늘면서 무엇에 돈을 더 쓰게 됐나요
먹고 싶은 걸 고를 때요. 술을 마신 다음 날 고추짬뽕이 먹고 싶은데 간짜장도 먹고 싶은 거예요. 그렇다고 짬짜면은 싫고요. 그 몇천 원 차이를 계속 고민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오래 버텼는데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나 싶어요.
소득이 늘면서 가장 달라진 건 그런 고민을 덜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제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를 때마다 가격부터 따지는 시간을 조금 줄인 거죠.
패스트패션 쇼핑을 끊었어요. 싼 옷을 여러 벌 사기보다 질 좋은 옷을 한두 벌 사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게 됐죠. 옷을 좋아하는 건 그대로인데 고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어요.
여행에서는 숙박에 쓰는 비용을 늘릴 수 있게 됐어요. 여행에서 자는 게 중요하냐, 먹는 게 중요하냐고 물으면 고민 끝에 자는 쪽을 고를 사람이거든요. 특히 호텔 욕실의 상태가 중요해요. 전망 같은 건 크게 상관없고요.
저도 한 번 살 거면 좋은 걸 사서 오래 쓰자는 쪽으로 살았어요. 그런데 적당한 가격의 물건도 오래 쓸 수 있는데, 사치를 하고 싶어서 합리화한 건 아닌가 돌아볼 때도 있어요.
요즘은 먹는 것에 돈을 쓰는 데 더 공감해요. 식재료를 고르거나 음식점에 갈 때 가격만 보기보다 믿을 만한 곳인지 생각하게 돼요. 장을 보면서 좀 더 좋은 식재료를 찾고요. 점점 몸을 위해 쓰는 돈이 중요하게 느껴져요.
지금까지 가장 큰돈을 쓴 것은 무엇인가요
누적으로 보면 여행에 가장 많은 돈을 썼어요. 여행은 모든 경험의 총합이잖아요. 먹고, 쇼핑하고, 자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박물관에 가는 일까지요. 그런 경험에 돈을 아낌없이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모든 비용에 관대한 건 아니에요. 긴 비행은 힘들지만 비즈니스석에 쓰는 돈은 아직 아깝더라고요.
시계라고만 말할게요. 브랜드와 가격을 밝히기는 어려워요. 주변에서 옷이나 가방보다 귀금속이나 시계를 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온갖 합리화를 거쳐 샀죠. 투자를 하라는 말은 흘려듣다가 뭘 샀다는 이야기는 바로 귀에 들어온 거예요.
문제는 하나를 사니까 욕망이 그쪽으로 몰렸다는 거예요. 이것 하나만 사서 평생 차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다른 시계가 또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쯤에서 정신을 차렸어요. 돈이 없어서였지만요.
후회하는 소비는 무엇을 남겼나요
라이카 카메라를 산 일이 가장 후회돼요. 백화점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다 보니 이 카메라를 사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사진에 별 관심도 없었는데요. 아카데미에서 사용법을 가르쳐준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처음에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음 주면 가격이 오르고 재고도 하나만 남았다는 말을 듣고 결국 샀어요. 막상 사고 나니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 않게 되더라고요. 카메라는 두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거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쓰지도 않는 물건이 남았어요. 팔 수만 있다면 팔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저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한 일이 떠올라요. 자기 전에 주변 맛집을 찾아 즐겨찾기를 해두고, 하나씩 다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식뿐 아니라 디저트, 커피, 음료까지 다양하게 주문했죠.
그러다 살이 찌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아졌어요.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남겼고요. 먹는 데 돈을 쓰면서도 정작 제 몸을 위해 잘 쓰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좋은 음식을 먹는 데 돈을 쓰자는 이야기를 저도 그때 실감했어요.
명품을 오래 써보면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나요
명품을 소비하는 데 허영심이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려워요. 나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알아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죠.
그런데 여러 물건을 써보다 보면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않아도 상관없는 시점이 와요. 제 취향과 미감에 딱 맞는 것을 찾게 되는 거죠. 처음에는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면, 점점 저에게 무엇이 맞는지 고르는 감각이 정교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때는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했어요. 프라다나 돌체앤가바나 같은 옷을 입었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는 유명한 브랜드가 아닌 것들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안에서 예쁜 디자인을 찾게 됐어요.
제가 입고 써본 경험은 일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패션 채널에서 MC를 하거나 패션계에서 연락을 받고, 수입이 생긴 경우도 있었죠. 그래서 그때의 소비가 제게 좋게 돌아온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상에서 다 못한 이야기
돈을 버는 방법과 쓰는 방법을 배워가는 동안 영상에 담기지 않은 경험도 있었다. 박은성과 유상훈이 사전 답변에 적어준 초년생 시절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여러 아르바이트 중 적성에 맞았던 일도 있었나요
소비자 좌담회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아르바이트가 가장 잘 맞았어요. 대학생의 생활 방식이나 특정 브랜드의 제품, 광고를 경험한 내용을 자세하게 적거나 직접 가서 이야기하는 일이었죠.
지금 이 답변서를 쓰는 것과도 비슷한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무척 흥미로웠어요. 되도록 그 아르바이트만 하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꾸준히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이후 대학을 휴학하고 YTN에서 아르바이트 겸 인턴십 성격으로 일했어요. 엘르 코리아에서는 패션 어시스턴트로 1년 동안 일당을 받으며 일했고, 공채 인턴 에디터로 입사했죠. 인턴이 된 뒤의 수입도 어시스턴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첫 월급으로 못 했던 효도는 나중에 했나요
처음 돈을 벌었을 때는 술 마시고 노느라 부모님께 제대로 해드린 게 없었어요. 그런데 그 돈으로 산 민음사 책으로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1등상을 받아서 부모님을 스페인 여행에 보내드린 적이 있어요. 뜻밖의 경로로 효도한 셈이죠.
초년생 때 제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건 여행과 술자리였어요. 여행은 1년에 네다섯 번 다녀오기도 했죠. 경험을 산다는 명목으로 조금 무분별했던 건 아닌가 싶지만, 요즘처럼 여행을 거의 안 다니게 되고 나니 그때 즐긴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할머니는 노는 것도 젊어서 놀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그 말이 이해돼요.
그때 저축을 대하는 방식에서 아쉬운 점이 있나요
부모님께 반강제적으로 소득의 일부를 맡겼던 게 저축이자 투자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모아둔 게 다행이죠.
한편으로는 실패하고 쓰라리더라도 제가 직접 저축이나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지금 제 소비의 양상도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돈을 남기는 것과 돈을 다루는 경험은 또 다른 문제였던 것 같아요.
나에게 소비는 어떤 일인가요
브랜드 잡지를 만들다 보니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물건을 많이 사는지, 뭔가 모으는 것은 없는지 자주 질문받아요. 그럴 때마다 조금 혼란스러워요. 쇼핑을 좋아하고 물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찾아보지만, 정작 물건 자체에는 애착이 없는 편이거든요.
사서 제 손에 들어오면 끝나는 느낌이에요. 너무 예뻐서 산 물건인데 집에 쌓인 모습을 보면 밉게 보일 때도 있어요. 아껴서 길들이고 제 물건으로 만들어가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죠.
제게 쇼핑은 사냥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건을 오래 사랑하기보다 찾아 나서고 획득하는 일이 중요한 거예요. 그걸 깨닫고 나니 씁쓸하기도 했어요. 내가 왜 이럴까 싶어서요.
돈을 벌고 쓰면서 살다 보니 인간이 겪는 많은 경험에 돈이 결부돼 있다는 걸 느꼈어요.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만 해결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한 것을 하잖아요. 그 일에 어떤 가치가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제게 소비는 경험을 선사하는 일이에요. 무엇을 소유하느냐뿐 아니라 그걸 통해 무엇을 겪느냐의 차원에서 보게 돼요. 제가 소비를 바라보는 방식은 그쪽에 가까워요.
소비를 하면 돌아오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옷을 보기만 하는 것과 직접 입는 건 다르고, 카메라도 직접 찍어봐야 알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여러 옷을 입고 카메라나 장비를 써보면서 제 노하우가 생겨요.
그걸 바탕으로 제가 어딘가에 다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결국 제게 수입으로 돌아오기도 하죠. 다만 잘못 쓰면 안 좋게 돌아오는 거예요. 쓰기만 하면 무조건 좋은 결과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요.
첫 월급 이후의 이야기는 성공적인 소비 목록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친구들에게 밥을 사며 느낀 성취감도, 쓰지 않는 물건을 보며 느낀 씁쓸함도 함께 있다. 세 사람이 말하는 ‘내벌내산’에는 돈을 버는 수고와 함께, 번 돈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 계속 알아가는 시간이 들어 있다.
편집 안내
이 글은 「근로소비자」 2화의 영상 대화에 박은성·유상훈·빽가의 사전 답변을 더한 확장 인터뷰입니다. 본문 답변을 보강하고, 영상에 담기지 않은 별도 사례와 질문은 ‘영상에서 다 못한 이야기’에 모았습니다. 문장은 읽기 좋게 다듬었으며 실제 발언을 그대로 옮긴 속기록은 아닙니다.
채널 소개
「쓴만큼」은 돈과 시간을 쓴 만큼 그 사람이 보인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채널입니다. 첫 시리즈 「근로소비자」는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사람들의 소비와 삶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