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딸린 별장, 대학병원 가까운 집, 예순 이후에 타고 싶은 페라리. 미래의 자신에게 하나를 미리 결제해 줄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갖고 싶은 것을 묻자, 앞으로 보내고 싶은 시간과 살아갈 모습이 함께 따라왔다.
「쓴만큼」의 첫 시리즈 「근로소비자」는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매거진B 박은성 편집장, 민음사 해외문학팀 유상훈 편집자, 코요태 멤버이자 포토그래퍼인 빽가(백성현)가 시즌1의 마지막 회에서 꺼낸 주제는 ‘앞으로의 소비’. 지금까지의 소비를 돌아보고, 나이 들어서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앞으로 돈을 쓰고 싶은 곳을 이야기했다.
영상 속 대화에 박은성·유상훈·빽가의 사전 서면 답변을 더했습니다. 영상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확장 인터뷰입니다.
어린 시절 상상했던 어른이 되었나요
어릴 때 상상했던 제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사회적 시선에서의 어른에 가까웠어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고, 다음 세대에 제가 배운 삶의 방식을 전하는 사람이요.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 부모님의 모습이 어른의 원형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역할과 책임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게 어른이라고 여겼죠.
그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꽤 다른 모습이에요. 어떤 면에서는 분명 어른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청년의 방식으로 살고 있어요. 제 밥벌이를 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것에 반응하고, 열정을 갖고 있었던 때의 저를 놓지 않으려 하죠. 나이를 먹는 것과 나이 든 방식으로 사는 건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직업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것을 계속 일로 다루다 보니, 새로운 것을 좇거나 마음이 움직이는 것에 반응하는 감각을 놓지 않게 되거든요. 반면 어른이 된다는 건 지루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까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감당하고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른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기보다 어떤 방식으로 나이 들어갈지를 자주 생각해요. 일과 개인의 삶, 모험과 안정 사이에서 제게 맞는 균형을 계속 조정하는 게 숙제 같아요.
앞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시작한 건 서른 이후였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삶을 대했던 것 같고요. 어떤 마음가짐의 어른이 될지보다 경제적인 모습을 더 상상했던 것 같아요. 이 나이쯤이면 제 집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가장 어긋난 부분이죠. 예전에는 집도 사고 차도 사는, 일종의 중년 스타터 키트가 있었잖아요. 저는 운전면허만 따놓고 차는 안 샀어요. 나이는 먹어가는데 마음은 그 속도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고요.
어릴 때부터 꼰대 같은 어른 말고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막상 이 나이가 되니까 제가 어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들처럼 차분하고 근엄해질 줄 알았는데, 지금도 깃털처럼 가볍게 살고 있거든요. 여전히 옷을 좋아하고 이런저런 미디어를 보고요. 제가 지금 멋있다는 뜻은 아니고, 어릴 때 바라던 쪽으로 조금씩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멋진 어른일까요
나이가 달라도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할아버지뻘인 사람과 청년이 바나 식당에서 대화하다 친구가 되잖아요. 저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 제가 가장 자주 만나고 거의 매일 통화하는 친구도 위로 열두 살, 아래로 열두 살 차이가 나요. 다 친구처럼 지내죠. 그렇다고 그 두 사람끼리 친구처럼 지내는 건 아니지만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멋진 어른인 것 같아요. 사람은 겁이 많아서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잖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 사이에 차이가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하고요. 참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건 단순해 보여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나의 여러 면을 넉넉하게 끌어안을 수 있을 때 타인과 세계를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급해하지 않고 자기 속도로 일을 이어가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과 장난기, 세상을 향한 너그러움을 잃지 않은 사람이요. 많은 것을 배우면서도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새로운 것을 쉽게 밀어내지 않으면서 오래 지켜온 것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이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듦은 어디에서 느끼나요
40대 중반은 여러 의미에서 낀 나이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어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아랫사람이고, 아래 세대를 챙기면서 부모님도 돌봐야 하죠. 가장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시기인 동시에, 지금의 활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때이기도 해요. 제가 가진 힘의 지속성과 한계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건 빨라졌는데, 그 사람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마음에는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처럼 누군가를 오래 미워하지 않게 됐거든요. 미워하는 데에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그런 변화는 반가워요.
저도 남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예민함이 줄었어요. 그런 일에 신경을 쓰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들잖아요. 몸의 에너지가 줄어드니까 모든 일에 정신력을 쓸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은성 님의 말씀에는 단순히 체력 때문만이 아니라, 앞서 이야기하신 너그러움도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거 아닐까요.
저는 유튜브에서 제가 20대 때 했던 방송을 볼 수 있잖아요. 그때 일이 너무 생생한데, 돌아보면 벌써 그렇게 오래전인 거예요. 앞으로 그만큼의 시간이 또 지나면 저는 몇 살일까 싶죠. 그리고 금요일, 토요일이라고 예전처럼 설레지 않아요. 전에는 누구를 만나고 무슨 옷을 입을지 자동으로 정해졌는데요. 은행 앱에서 생년월일을 넣으려고 스크롤을 한참 내릴 때도 실감하고요. 그냥 직접 입력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소비에 후회가 있나요
동화는 많은 진실을 담고 있어요. 베짱이보다는 개미가 되었어야 했던 것 같아요. 돈을 장기적으로 모으고 관리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죠. 물건은 가짜 위안일 뿐, 통장의 돈이 진정한 안정감을 가져다주거든요. 그렇다고 구두쇠로 살자는 뜻은 아니에요. 제 삶을 지탱해 줄 소중한 것을 위해 돈의 쓰임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나마 여행 같은 경험 소비는 유익했던 것 같아요. 술 마시고 놀았던 것도 그 나이에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고요.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은 젊을 때 좀 놀걸 하고 후회했을 수도 있잖아요. 허투루 쓴 돈을 통해 앞으로는 덜 허투루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인생 공부가 된 셈이지만, 남겨둔 게 많지 않다는 아쉬움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저는 지출을 줄였어야 한다는 생각보다, 돈을 조금 더 다양한 방향으로 써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에는 비교적 아낌없이 돈을 썼고, 그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부분도 있죠. 많이 썼다는 사실 자체가 후회되지는 않아요.
다만 취향이 분명한 것에는 큰 고민 없이 투자하면서, 당장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 확신했던 거죠. 돈으로 모르는 세계에 진입하는 경로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저는 제가 좋아서 쓴 돈에는 크게 후회가 없어요. 다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살아가는 방법을 계속 생각하거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배달의민족 라이더도 등록했고, 쿠팡 배달도 가입해 뒀어요. 지금 일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다시 벌어서 제 계획대로 살아가는 재미를 아니까요.
미련이 남는 건 제 의지보다 다른 사람의 분위기나 눈치 때문에 샀던 것들이에요. 매장에 구경만 하러 갔는데 옆에서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고, 직원분까지 딱이라고 권하면 살 때가 있잖아요. 저는 살 생각이 없었는데도요. 그런 물건은 사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아요.
앞으로는 어디에 돈을 쓰고 싶나요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고 무언가를 배우는 데 조금 더 투자하고 싶어요. 제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돈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예요. 운동이든 요리든 꽃꽂이든, 늘 못한다거나 관심 없다고 단정했던 것이 의외로 제게 벽이 아니라 다정한 상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이걸 잘하는 사람이라고 저를 너무 정해뒀던 것 같아요. 다른 재주가 있거나, 새롭게 즐거워할 일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지낼 수 있을지 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여행도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어요. 많은 것을 보고 쓰는 여행에 익숙했는데, 앞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위해 돈을 써보고 싶어요. 시간을 비우는 데 목적을 둔 여행이요.
즉흥적으로 돈을 써온 패션 쇼핑은 줄일 수도 있겠어요. 좋은 컨디션과 자세가 옷보다 먼저 사람의 인상을 만드는데, 정작 그 옷을 입는 몸에는 무심했던 것 같거든요. 물론 패션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고 즐거워요. 다만 계속 새것을 사들이기보다 이미 가진 것에 애착을 갖고 잘 가꾸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니, 결국 정리로 돌아오네요.
점차 건강을 위한 소비가 늘어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몸을 잘 가꾸며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요. 치통을 겪어보니 몸이 아프면 다른 무엇보다 낫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건강할 때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 아프고 나니 가장 절실해졌어요. 나이가 들수록 몸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게 됐고요.
그 밖에 저를 치장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소비는 줄여가고 싶어요.
이제는 하나를 사도 평생 쓸 수 있는 것을 사고 싶어요. 가구든 그릇이든, 비싸더라도 제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쓸 물건이요. 소비의 기준이 그쪽으로 바뀌었어요. 지나온 시간만큼 앞으로의 시간도 생각하면서, 오래 쓸 것들을 고르는 게 더 멋있을 것 같아요.
미래의 나에게 하나를 선결제한다면
근사한 정원이 딸린 별장을 갖고 싶어요. 떠나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제 공간이 있다는 데서 오는 기쁨과 안정감이 있을 것 같거든요. 나이 들어 직접 정원을 가꾸는 생활도 상상해요. 서울은 겨울이 추워서 정원을 가꾸는 재미가 잠시 멈추니까, 조금 더 따뜻한 남쪽이면 좋겠어요. 남해 같은 곳이요.
서울의 집 한 채요. 서울에서 살고 싶다는 전제가 있거든요. 그리고 대학병원과 가까우면 좋겠어요. 이제는 로망보다 생활과 건강을 먼저 생각하게 돼요. 병원과 가까워야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페라리 한 대요. 다만 최소 예순 이후에 타고 싶어요. 페라리나 포르쉐에서 느껴지는 중년의 멋이 있잖아요. 그걸 한번 느껴보고 싶은 로망이 있어요.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인상이 달라졌나요
은성 편집장님이 처음의 예상과 달랐어요. 저도 편집자이지만, 편집장 하면 엄청 예민하실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거든요. 대중매체에서 그런 모습으로 많이 그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묵직한 안정감이 있는 분이셨어요.
저는 빽가 님이요. 방송에서 봤을 때는 무르고 둥글둥글한 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예민하면서도 뾰족한 구석이 있는 분이더라고요. 반면 상훈 님은 한 방향으로 묵직하게 일을 해나가는 단행본 편집자의 모습과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가 꽤 비슷했어요.
저에 관한 일에는 뾰족한 편이 맞아요. 그 밖의 일에서는 둥글게 지내려고 하고요. 저한테 뾰족해야 남한테 둥글 수 있거든요.
영상에서 다 못한 이야기
은성과 상훈은 촬영 전 답변지에도 자신의 생각을 적어 보내왔다. 영상에 담기지 않은 사례와 기억을 두 사람의 글에서 더 읽어본다.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있나요
롤모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보면서 저런 태도로 나이 들면 꽤 괜찮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영화계의 거장이면서도 딸과 틱톡에 장난스러운 영상을 올리고, 낯선 영화도 계속 찾아보잖아요. 동시에 영화를 만들고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요.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태도와 자신이 해온 일을 이어가는 꾸준함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있는 것이 좋아요.
과거의 나에게 하나를 후불결제해 줄 수 있다면
조코비치의 전성기 시절 메이저 테니스 경기 티켓이요. 나달과 페더러가 라이벌로 함께 뛰던 때요. 어릴 때는 농구와 축구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의 저에게 이 경기를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혹은 1990~2000년대 디자이너 컬렉션의 옷들이요. 제게는 디자이너 개인의 개성과 서로 다른 콘셉트가 선명하게 느껴졌던 옷들이에요. 학생 때 쉽게 살 수 없었던 아제딘 알라이아의 코트, 칼 라거펠트가 샤넬을 이끌던 시절의 트위드 재킷, 헬무트 랭의 팬츠 같은 것을 골라주고 싶어요. 지금 빈티지로 구할 수는 있어도, 그 옷이 등장한 시대에 구입하는 경험은 또 다르니까요.
함께 촬영한 시간에서 무엇이 기억에 남나요
상훈 님의 동료가 직접 나와 이야기를 들려줬던 회차가 기억나요. 개별적인 일화도 재미있었지만, 함께 일한 동료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안정감을 얻었어요. 제게는 일종의 전환점 같은 회차였던 것 같아요.
촬영 스태프분들께도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작가님, PD님과는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지만 다른 촬영 스태프분들과는 제대로 인사를 나누거나 대화할 틈이 거의 없었거든요. 긴 시간 지켜보고 기록해 주시고, 잘 담아주셔서 감사해요.
초반에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던 어색한 테이블이요.
이 멤버로 더 이야기한다면 어떤 주제가 좋을까요
특별한 주제가 없는 진짜 수다요. 목적도,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없이 흘러가는 대로요. 요즘 즐거운 것, 화나는 것, 아름답다고 느낀 것,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서로를 위해 고른 선물은 무엇인가요
상훈 님께는 작은 2027년 일력을 준비했어요. 종이책을 만드는 일을 하시니까 종이로 된 물건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일본 여행 중에 사온 달력이에요. 저는 여행할 때 아름다운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사람을 정해두지 않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두기도 해요. 그중 이 달력이 상훈 님에게 어울릴 것 같았어요. 매일 새로운 기분으로 다가오는 한 해를 보내시면 좋겠어요.
빽가 님께는 섬유유연제를 골랐어요. 취향이 워낙 확고하셔서 무엇을 드릴지 고민했는데, 빨래와 청소에 관심이 많고 해외에서도 섬유유연제를 사오신다는 이야기가 기억났어요. 향기로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서, 이번 만남과 앞으로의 새로운 일들도 기억해 주셨으면 했어요.
은성 편집장님께는 스크럽마미 수세미를 준비했어요. 제가 써본 수세미인데, 모양도 예쁘잖아요. 편집장님이 좋아하시는 미국 제품의 느낌도 있어서 골랐어요.
여덟 번의 대화는 무엇으로 남았나요
처음에는 제가 이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저 때문에 잘 안되면 어떡할지 부담이 컸어요. 막상 해보니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상훈 님과 빽가 님, PD님과 작가님, 디자이너님까지 인연이 생겼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좋은 성취였던 것 같아요.
제 전문 분야의 편집자로서가 아니라, 저라는 사람에 대해 질문받고 답하는 게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겸연쩍었고요. 하다 보니 적응해서 잘 마쳤는데, 충분히 이야기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오히려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질문이 너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두 분은 완전히 초면이어서 저도 부담이 있었어요.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콘텐츠에 책임감도 느꼈고요. 그래도 셋이 여덟 번 촬영하고 무사히 마무리했잖아요. 저도 두 분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제야 웃으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는데 끝나니까 아쉬워요.
별장과 집, 페라리를 상상하던 자리에서 실제로 오간 것은 작은 달력과 생활용품이었다. 그 물건을 고르는 기준에는 상대가 해온 일, 향을 즐기는 습관, 평소의 취향이 담겼다. 무엇을 샀는지 묻고 답하는 동안, 세 사람은 서로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고를 만큼 가까워졌다.
편집 안내
이 글은 「근로소비자」 8화의 영상 대화에 박은성·유상훈·빽가의 사전 답변을 더한 확장 인터뷰입니다. 본문 답변을 보강하고, 영상에 담기지 않은 별도 사례와 질문은 ‘영상에서 다 못한 이야기’에 모았습니다. 문장은 읽기 좋게 다듬었으며 실제 발언을 그대로 옮긴 속기록은 아닙니다.
채널 소개
「쓴만큼」은 돈과 시간을 쓴 만큼 그 사람이 보인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채널입니다. 첫 시리즈 「근로소비자」는 내가 벌어서 내가 쓰는 사람들의 소비와 삶을 이야기합니다.